
퇴사하면 월급이 멈추는데, 지출은 멈추지 않는다. 건강보험료는 2배로 뛰고, 국민연금 고지서가 날아오고, 통신비·보험료·생활비는 그대로다. “일단 쉬면서 생각하자”라고 했다가 3개월 만에 통장 잔고가 반토막 나는 건 흔한 이야기다.
이 글은 퇴사 직후부터 12개월까지의 재무 로드맵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월 고정 지출이 얼마나 나가는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 어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STEP 0 — 퇴사 직후 월 고정 지출 시뮬레이션

퇴사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월급 없는 나의 고정 지출”을 숫자로 확인하는 것이다.
직장 다닐 때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이 급여에서 자동 차감되어 체감하지 못하지만, 퇴사 후에는 전액 본인이 납부해야 한다.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이렇다.
퇴사 전 월급 350만 원 기준으로, 건강보험료(지역가입자 전환 시)는 약 20~30만 원, 국민연금(지역가입자)은 약 15~20만 원, 주거비(월세 or 전세 이자)는 약 40~60만 원, 통신·구독·보험료는 약 10~15만 원, 생활비(식비·교통·기타)는 약 80~100만 원 수준이다. 합산하면 월 165~225만 원이 소득 없이 빠져나간다.
👉🏻이 숫자를 보고 불안해졌다면, 지금이 재무 구조를 점검할 타이밍이다.
STEP 1 — 퇴사 후 7일 이내: 즉시 처리 항목

퇴사 직후 7일 안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세 가지다.
첫째, 건강보험 루트를 결정한다. 피부양자 등재가 가능한지(소득 2,000만 원·재산 5.4억 이하) 확인하고, 불가능하면 임의계속가입과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비교한다. 모의계산은 건보공단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퇴사 후 건강보험료 폭탄 피하는 법” 글 참고).
둘째, 국민연금 납부예외를 신청한다. 소득이 없는 기간에는 납부예외를 신청하면 보험료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국민연금공단 지사, 전화(1355), 또는 정부24에서 가능하다. 다만 납부예외 기간은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추후 추납(나중에 한꺼번에 납부)으로 가입기간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셋째,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확인한다. 비자발적 퇴사(권고사직, 계약만료 등)라면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24(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서 자격을 확인하고,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구직 등록을 한다.
STEP 2 — 퇴사 후 30일 이내: 구조 점검
이 시기에는 세 가지를 정리한다.
첫째, 보험·구독 정리다. 가입 중인 보험을 전부 뽑아서 “필수 보장”과 “과잉 보장”을 분류한다.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도 이때 정리한다. 월 3~5만 원 절약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둘째, 비상금을 확보한다. 재무설계 업계에서는 최소 3개월, 이상적으로 6개월치 고정 지출을 비상금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위 시뮬레이션 기준이면 500~1,350만 원이다.
셋째, 종합소득세 신고를 준비한다. 퇴사 연도의 근로소득과 프리랜서 소득이 합산되므로 다음 해 5월 종소세 신고가 필요하다. 미리 원천징수영수증과 경비 증빙을 정리해두면 편하다(자세한 내용은 “종합소득세 신고 안 하면 생기는 일” 글 참고).
STEP 3 — 3개월 차: 방향 설정

퇴사 후 3개월이면 실업급여가 본격적으로 지급되거나, 프리랜서·사업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때 세 가지를 결정한다.
첫째, 소득 구조를 확정한다. 프리랜서로 갈 건지, 재취업을 할 건지, 사업자를 낼 건지에 따라 세금·보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둘째, 투자·저축 비율을 설정한다. 수입이 생기면 “고정 지출 → 비상금 → 투자” 순서로 배분한다. 셋째, 건보료·국민연금 재점검을 한다. 소득이 생기면 납부예외를 해지하고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STEP 4 — 6~12개월 차: 안정화
이 시기에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연간 재무 계획을 세운다. 연간 수입 예측, 세금 예납(중간예납), 비상금 보충, 투자 리밸런싱을 포함한 1년 로드맵을 잡는다.
둘째, 퇴직금·IRP 관리를 한다. 퇴직금을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이전하면 퇴직소득세 과세가 이연되고,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60~70%만 부과되므로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전체 로드맵 한눈에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7일 이내에 건보 루트 결정·국민연금 납부예외·실업급여 확인. 30일 이내에 보험/구독 정리·비상금 확보·종소세 증빙 정리. 3개월 차에 소득 구조 확정·투자 비율 설정·보험료 재점검. 6~12개월 차에 연간 재무 계획·퇴직금/IRP 관리.
이 전체 과정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한 번 점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보험 정리, 비상금 규모 산정, 투자 비율 설계, 세금 구조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FAQ
Q1.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환하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나요? 인적용역(강의·디자인·컨설팅 등)만 제공하고 사무실·직원이 없다면 의무는 아니다. 다만 등록하면 부가세 공제, 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이점이 있다.
Q2. 비상금은 어디에 넣어두는 게 좋나요? 즉시 인출이 가능한 CMA, 파킹통장, 또는 수시입출금 예금이 적합하다. 비상금은 수익률보다 유동성이 우선이다.
Q3. 실업급여 받으면서 프리랜서로 일해도 되나요? 주 15시간 미만, 월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라면 가능하다. 초과하면 수급 자격이 정지될 수 있으므로 고용센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Q4. 퇴직금을 바로 쓰면 세금이 다른가요? IRP로 이전하지 않고 바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가 즉시 원천징수된다. IRP로 이전하면 과세가 이연되고 연금 수령 시 세율이 낮아진다.
Q5. 이 로드맵을 전문가에게 맡기면 비용이 드나요? 리더스 재무설계의 경우 초기 상담은 무료다. 포트폴리오 설계까지 진행하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담 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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